유럽성지순례4일차 – 파티마, 성모님의 부르심을 따라

세비야를 떠나 국경을 넘어 오후 1시 30분, 드디어 포르투갈 파티마에 도착했습니다. 스페인 남부의 끝없는 평원을 달리는 동안 창밖 가득 피어 있는 거대한 해바라기들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마치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드는 해바라기처럼, 우리도 하느님을 향해 마음을 들어 올리는 순례자가 되어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이동하는 동안 들은 가이드 형제님의 파티마 성모 발현 이야기는 가슴을 벅차 오르게 했습니다. 1917년, 어린 세 목동에게 나타나신 성모님께서는 기도와 회개, 그리고 평화를 간절히 요청하셨습니다.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 메시지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에게도 여전히 깊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휴게소에서 마신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포르투갈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에그타르트의 달콤함은 긴 여정의 피로를 부드럽게 녹여 주었습니다.

또한 잃어버린 휴대전화를 찾은 기쁨에 권재문 안셀모 형제님께서 순례단 모두에게 아이스크림을 선물해 주셨는데, 함께 웃고 기뻐하는 그 시간이 참 따뜻했습니다.

성지순례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서로를 가족처럼 하나로 묶어 주는 은총의 시간임을 다시 느낍니다.

오늘의 숙소는 과거 신학교로 사용되었던 수도원 호텔인 Consolata Hotel 입니다.

현재 이곳을 맡고 계신 마르코 신부님께서는 인천에서 14년 동안 수도생활을 하셨다고 합니다.

신학생들이 사용하던 방에서 하룻밤을 머물게 되니, 누군가의 성소와 기도가 머물렀던 자리에 저희들 또한 잠시 머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오후 5시 미사는 CAPILLA DE LAS APARICIONES (발현소성당)에서 봉헌되었습니다. 성모님께서

발현하신 거룩한 경당 앞에서 우리 신부님의 미사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은총이었습니다.

국적도, 언어도 다르지만 성모님 앞에서는 모두가 한 가족이었습니다.

저녁식사 후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저녁 9시30분 파티마 성지에서 봉헌되는 성체신심미사에 참례하였습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순례자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는 언어도, 문화도 달랐지만 같은 믿음 안에서 하나가 되는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낯선 포르투갈 땅에서 울려 퍼지는 회장님의 익숙한 우리말 성모송은 가슴 깊은 곳을 울렸습니다. 수많은 촛불이 밤하늘을 밝히고, 여러 나라의 순례자들이 한마음으로 성모님께 기도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교회가 얼마나 크고 아름다운 공동체인지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파티마의 밤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과 성모님의 사랑을 온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던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성모님께서 발현하셨던 이 거룩한 땅에서, 내일은 어떤 은총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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