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성지순례 3일차 – 알함브라에서 세비야까지, 은총의 여정

아침 7시, 호텔에서 조식을 마치고 오전 8시 그라나다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오늘의 첫 목적지는 그라나다에 위치한 알람브라 궁전. 붉은 성채라는 이름처럼 알람브라는 오랜 세월의 역사를 품은 채 그라나다 언덕 위에 우아하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1492년 스페인을 약 700년간 통치하던 이슬람 세력이 마지막으로 물러났던 장소로서 소위 스페인의 리콩퀘스타(Reconquesta:재정복)가 실현되었던 곳입니다.

알카사바의 성벽에서는 왕국을 지키려 했던 사람들의 흔적을 만났고, 나스르 궁전에서는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았습니다. 헤네랄리페 정원에 흐르는 물소리와 바람은 마치 천국의 한 조각을 옮겨 놓은 듯 평화로웠습니다.

점심 식사 후에는 세비야로 향했습니다.

세비야 대성당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복음과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거대한 신앙의 교과서였습니다.

제단에는 예수님의 생애가 아름답게 담겨 있었고, 하단에는 마태오·마르코·루카·요한 복음 사가를 상징하는 네 동물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교회가 하느님의 말씀 위에 세워졌음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은 오랜 세월 이어져 온 기도와 전례의 역사를 들려주는 듯했습니다.

안티고아 성모님 앞에서는 먼 항해를 떠났던 선원들의 신앙을 만날 수 있었고, 이사벨 여왕과 콜럼버스의 이야기를 통해 스페인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도 함께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가이드 형제께서는 스페인의 대표 화가인 고야도 소개해 주셨습니다. 고야는 왕과 왕실 가족들의 초상화를 사실적으로 그려 당시 스페인의 역사를 그림으로 남긴 인물이라고 합니다.

또한 신앙을 지키다 순교한 산타 후스타와 산타 루피나 성녀의 이야기는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특히 맹수에게 던져졌지만 사자가 오히려 루피나 성녀의 발을 핥았다는 전승은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을 보여주는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수백 년의 역사와 신앙, 예술이 어우러진 세비야 대성당. 오늘 우리는 건축물을 본 것이 아니라, 믿음이 남긴 흔적을 만났습니다.

한낮의 세비야는 뜨거운 태양 아래 숨이 막힐 만큼 더웠지만, 바로 스페인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반원형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건축물과 운하, 그리고 광장을 따라 이어진 화려한 타일 벽화들은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땀을 흘리며 걷는 순간에도 함께 웃으며 사진을 남기는 우리들의 모습 속에서 여행의 기쁨과 감사가 더욱 크게 다가왔습니다.

이어 DE MADRE DE DIOS(천주의 성모마리아 수도원)에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분주한 도시의 소음에서 잠시 벗어나 수도원의 고요함 속에서 드리는 미사는 특별한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화려함 보다 침묵이, 말보다 기도가 더 크게 다가오는 공간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 하루는 참 많은 것을 만난 시간이었습니다.

알람브라 궁전에서는 인간이 꿈꾸었던 아름다움을 보았고, 세비야 대성당에서는 하느님을 향한 믿음을 보았으며, 스페인 광장에서는 문화와 역사의 숨결을 느꼈고, 수도원에서는 침묵 속에 머무시는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저녁이 되어 HOTEL EXE GRAN SOLUCAR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하며 다시 한번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순례는 먼 길을 걷는 여행이 아니라, 하루하루 하느님께서 보여주시는 은총을 발견해 가는 여정임을 마음 깊이 느끼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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